가족 회복편지 - 도박 가족사연


회복으로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

남편을 만나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어언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즐거웠던 기억도 많지만 지옥 같았던 지난 시간들이 더 머리 속을 스쳐가며 그때 고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1986년에 주위 분들의 중매로 어느 호텔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고 그해 겨울에 시댁식구들이 계신 하와이에서 가슴 부푼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하는 저와 다섯 분의 누님들 속에서만 생활하여 매사에 수동적인 남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로 서로 다투는 시간이 많아 졌다.

결혼한지 1년 후에 남편은 시집식구들의 간섭에 늘 힘들어하는 나를 배려해서인지 Hawaii 에서 멀리 떨어진 Los Angeles로 이사를 했다. 그 후 나는 여러 가지 궂은 일을 해야 했고 남편도 힘든 막노동 일을 해야만 했다. 우리들이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 가운데도 하나님은 큰 아이를 우리 가정에 주시는 축복을 내려 주셨다. 그러나 남편은 날이 갈수록 하는 일을 힘들어했고 누나들의 보호 속에서만 살아온 그에게 힘든 노동은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나 역시 막내로 곱게만 자라서 아이를 키우는 일과 가난과 싸우자니 자연 짜증나는 날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은 1992년에 기분전환 겸 라스베가스에 놀러 갔는데 그 곳에서 돈을 따서 모처럼 즐겁고 오붓한 시간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때 처음 돈을 따서 즐거워했던 도박이 우리 가정에 그후 8년이란 고통의 시간이 될지는 미처 몰랐었다. 큰애가 1살이 되기도 전에 도박으로 외박을 했고 다음 날 들어온 남편은 Credit Card로 $7,000 불을 잃었다며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남편의 안색은 근심과 어둠이 가득한 하루하루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남편은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서 매일 힘든 중노동을 계속하자니 체력의 한계 때문에 자신이 없었고 또 그 당시 LA 근교에 큰 지진으로 그가 하는 일이 더욱 바빠져 피로가 겹쳤던 점들이 그를 더욱 중독증에 빠지게 한 것 같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후부터 남편의 중독증은 더욱 노골적으로 심해져 갔다. 어쩌다 도박 중단을 애원하면 그는 밤을 세워서라도 자신의 비즈니스에 관련된 일은 다하면서 도박을 했기에 언제나 당당했고 자신의 개인적인 생활만은 침해하지 말라고 화를 내곤 하였다. 남편은 가끔씩 돈을 따면 고급식당이나 금반지와 여러 선물들로 나에게 기쁨을 주려고 하였고 나는 그저 저러다가 그만 두겠지 하는 생각으로 도박을 별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드리고 싶어졌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남편은 점점 일하기를 싫어했고 도박 때문에 손님들과의 약속도 어기는 일이 빈번해져 갔다. 계속된 도박으로 생활이 아주 어려워지자 남편은 아예 파산을 할 계획으로 여기 저기에 돈을 Credit Card로만 쓰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는 것이 점점 더 불안하고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오게 되었고 친정의 도움으로 조그만 식당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조그만 아파트에 월세를 내며 잠을 자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아빠와 떨어져 사는 애들은 부모한테 받은 상처로 늘 침울하게 지내야했고 어쩌다 그림을 그려도 검정 색을 많이 사용하여 이 엄마의 마음을 또 한번 아프게 했다.

이렇게 도박 때문에 온 가족이 별거까지 하는 괴로움과 고통을 당하면서도 당시 남편이나 나나 도박을 병으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후일 허점으로 들어 날 줄은 몰랐다. 얼마 후 남편이 사죄를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에 다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로 그를 받아 주었고 우리 부부는 함께 장사를 하며 남편에게 시간의 여유를 주지 않고 돈 관리를 내가 한 탓인지 3년 동안 별로 큰 일 없이 지냈다.

그간 아무 일없이 지내온 그를 믿게 된데다가 아들이 겨울방학을 한 틈을 타서 나는 작년에 잠시 한국을 다녀 왔다. 돌아와 보니 남편은 내가 한국으로 간 다음날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재발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10개월 후에 가게가 팔려서 남편은 통신설비관계 직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공사하러 간다고 다른 주로 떠난 그 다음날 그는 다시 재발하였고 객지에서 도박으로 돈이 다 떨어져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면서도 방황과 사탄의 늪에 빠져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중독자가 재발되면 그 배우자의 반응도 재발한다는 말과 같이 남편의 거듭되는 재발은 나를 다시 지난날의 불안과 고통 속으로 몰아 넣어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그저 참담하기만 했다. 나는 지치고 무거운 마음으로 2월 18일 주일날 교회를 다녀온 후에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안내광고 한 구석에서 "인터넷 도박/알코올/마약 회복 Website 주소"를 발견하고 바로 인터넷을 열어 회복내용을 보기 시작했다.

회복내용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도박은 병이고 남편의 병은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동안 그를 더욱 병들게 감시하고 몰아세우기만 했던 나의 어리석음과 무지 그리고 미안함과 기쁨이 가득 찬 희망 등이 뒤범벅되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고 남편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나는 전화로 남편에게 나의 이런 마음을 전했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온 그 주에 우리 부부는 차를 타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서 2월 23일 금요일 저녁 회복모임에 처음 참석하였다. 정말 체계적인 치료과정은 나를 놀라게 했고 무척 멀지만 회복모임 참석만이 우리의 생과 죽음이라는 심정으로 모임에 계속 다니고 있다. 늘 회복모임 준비로 수고하시는 이 선교사에게 감사드리며 모임에서 서로 교제하며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도록 자신의 일 인양 걱정하고 위로해 주는 회복모임 참석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아직은 회복초기 단계이지만 나 또한 치료받아야 할 부분이 많이 있음을 깨달았고 특히 나 자신의 병을 더욱 빨리 치료하기 위해서는 봉사 사역을 감당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요사이는 주위에 남편의 도박으로 고생하시는 한 분을 모시고 함께 모임에 참석하는데 그 분을 통해서 지난날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언젠가는 그 분의 남편 분도 이 회복선교센터에 나오시리라고 믿으며 빨리 회복되시어 행복이 넘치는 가정이 되시기를 기원한다.

하나님! 처참한 고통과 시련을 통해서 저의 가정에 믿음을 심어 주셨고 주일날 회복모임으로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영광과 경배와 찬양을 드립니다.

2001년 4월 5일

- LA 거주 Mrs.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