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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월 어느 토요일 저녁에 여러 친구들과 약간의 술을 마신 다음에 함께 놀러 간 곳은 LA 근교에
있는 어느 한 카지노 였다.
평상시에는 그냥 LA 인근 여러 곳에 카지노가 있는가 보다하고 전혀 관심 밖이었고 전에 한 두번 호기심에
구경 삼아 가본 기억은 있지만 도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같이 동행한 친구가 "팬
9" 이라는 게임으로 나를 안내해서 한번 해 보지 않겠느냐는 친구의 제의로 도박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이렇게 까지 끊기 힘들 것이라고는 그날 밤에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날 도박은 $5로 시작을 해서 잠깐 사이에 운수 좋게 $100 정도를 땄다. 그후 아무런 노력 없이
쉽게 몇 십불 또는 몇백 불을 따기 시작하니 세상에 이렇게 쉽게 돈버는 길이 있는데 왜 여태껏 힘들게 살아왔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점점 돈에 대한 가치의식을 잃어가고 있었으며 배짱도 점점 두둑해지기 시작해서
도박에 거는 금액이 점점 커져만 갔다.
갑자기 돈 씀씀이가 커진 나의 행동을 아내가 의심을 할수록 나는 더욱 철저하게 숨기려고 하였으나 결국
도박을 시작한지 한 달이 못되어서 아내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돈을 딸 때에는 예전에 미쳐 느껴보지 못한 짜릿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되었으며 또 빨리 도박장에 가지
못하면 그 카지노가 어디론가 곧 없어져 버릴 것만 같은 불안한 환상 마저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돈을 잃고
따는 일을 거듭하다가 그해 12월에 결국 나는 많은 돈을 잃었고 여기 저기에서 빚까지 지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생활은 절망과 비애에서 허우적거리게 되었으며 삶에 대한 회의 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가족들 앞에서 다시는 카지노에 가지 않겠노라고 말해 놓고도 곧바로 무서운 속력으로 차를 몰아
미친 듯이 도박장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결과는 언제나 교과서 정답처럼 아내의 말대로 되어 버렸다. 그해
12월 31일 7살 먹은 막내아들과 새끼손가락을 걸며 입술을 깨물며 다시는 노름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4년 후에 다시 크게 재발하고 말았다.
그간 어느 정도 빚이 정리되고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니 지난날에 휴지조각처럼 맥없이 날려버린 나의
잃어버린 돈에 대한 미련이 차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시 시작한 도박이 정말 찰거머리처럼 내
인생에 달라 붙어서 나뿐만 아니라 내 사랑하는 가족 모두의 피까지 철저하게 빨아 먹어가고 있었다.
도박행각을 반복하면서도 그 처절함에서 헤어 나와야 하겠다는 결심을 수없이 해 보았지만 왜 그렇게도 돈을
딸 때에 맛보는 그 희열감에서 헤어날 수가 없는지 모른다. 잃어버린 돈의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카지노를
못 가서 치미는 나의 분노는 마치 불타는 활화산 같아서 모든 비난의 화살을 내 가족과 아내에게 돌리고 있었다.
아내는 수많은 날을 나의 도박 때문에 한숨과 눈물로 지새워야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해서 작년 7월에 내가
신문을 보고 전화한 곳은 회복선교 센터 였다. 서너 번 회복모임에 참석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마음을 비우지
못해서 기회가 되면 다시 도박을 하려고 했다. 두 달이 지난 어느 한 회복모임에서 이 선교사는 중독 도박자의
고통은 도박 할 마음을 자극하여 도박을 하게 하고 그 도박 결과로 야기된 고통은 또 다른 도박을 자극하게
된다는 차트를 내보이며 끝도 없는 도박심리의 사이클에 관한 강의를 했다. 이 회복 강의가 나의 마음을 바꾸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때가 나의 “전환점(Turning Point)” 이었던 것 같다.
그후 완전하게 도박에 대한 나의 마음을 비우다 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도박장에 가서 느꼈던 짜릿한
기분 못지 않게 도박을 하지 않음으로 느끼는 평온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삶이 참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박은 분명 무서운 병이며 자신의 의지로만은 고칠 수 없는 병이다. 도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회복선교센터의 도움으로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앞으로 나처럼 쓰라린 경험을 가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봉사하며 살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대신한다.
2001년 1월 20일
- 미국 LA에서 Mr. 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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